쓰레기는 사람이 욕구를 느끼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이를테면 ‘목이 마르다’는 욕구는 컵 또는 생수병을 만들어내고, 우리는 그것을 소비하고 언젠가 버린다. 더 이상 그것의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수북이 쌓여가는 쓰레기 속에서 ‘버리는 것’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졌다. 버려진 무언가를 또 다른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새 가치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 ‘업사이클(Upcycle)’의 의미이자 지향점이 바로 이것이다. 과자봉지가 드레스로, 자동차 안전벨트는 가방으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기획전 ‘패션의 완성! 업사이클’은 패션 가치를 입은 폐기물의 화려한 변신을 보여준다.
▶ 전시장 모습 ⓒC영상미디어
▶ 폐소방물품으로 만든 가방 ⓒC영상미디어
▶ 업사이클과 리사이클의 차이를 설명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C영상미디어
업사이클은 리사이클(Recycle)이 한 단계 진화한 개념이다. 리사이클이 버려진 것을 고쳐 이용하는 것이라면, 업사이클은 디자인에 중점을 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업사이클은 꽤 다양한 분야와 접목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패션은 가장 실질적이고 활용도가 높다. 이번 전시가 대중에게 각인시켜주고 싶은 점이다. 예상치 못한 재료로 재탄생한 패션 아이템이 전시관을 가득 채웠다.
▶ 박희숙 디자이너는 뽁뽁이와 과자봉지를 소재로 드레스를 제작했다. ⓒC영상미디어
1부 ‘업사이클 디자이너와 작가’로 곧장 연결되는 전시장 입구, 화려한 드레스가 관람객을 맞는다. 단열재용 뽁뽁이와 빨간 양파망 기존 드레스의 원단으로는 연상 짓기 어려운 소재로 디자인된 드레스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는 ‘업사이클 작가’가 없다. 때문에 1부 전시장에 비치된 작품들은 패션디자이너와 전문 디자인 활동가들에게 ‘재활용 재료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센터 측 요청에 따른 결과물이다.
▶ (위)자투리 원단을 재사용한 서영호 디자이너의 작품
(아래)버려진 우산의 패턴과 색상으로 재탄생한 패션 아이템 ⓒC영상미디어
일부 디자이너들은 철 지난 옷, 의상을 제작하고 남은 원단을 단순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재해석한 작품을 내놓았다. 헌 바지의 자연스러운 스크래치를 살리되 원단을 덧붙여 연결하는 방식으로 스트라이프 백 시리즈를, 붉은악마 티셔츠를 조각낸 뒤 다시 조합해 본래 모습과 전혀 다른 실루엣을 만들어놓았다. 헌옷으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해낸 작품들도 있다. 이재문 작가는 옷이 착용했던 사람의 정서와 삶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2부 ‘업사이클 브랜드’에서는 특별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가방 제작 브랜드 오운유(OWN U)는 어린 자녀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을 공개했다. 어린이의 사고를 기반으로 한 만큼 ‘지구도 아이처럼 순수해질 수 있다’는 신념을 담고 있다.
▶ 1 인스턴트커피 비닐을 엮어 만든 파우치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2, 3 이재문 작가는 헌옷으로 인간의 감정과 내면을 표현해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4 일회용 콘택트렌즈를 활용한 액세서리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5 시계나 액자를 제작하고 남은 조각을 액세서리로 재탄생시켰다. ⓒC영상미디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파우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회용 스틱형 커피 비닐을 수거해 세척하고 일정한 크기로 잘라 손으로 엮어 만든 파우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 알고 있는 인스턴트커피 브랜드의 일부 철자를 발견할 수 있는데,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소방관들이 사용했던 물품을 패션 아이템으로 재창조한 브랜드도 만날 수 있다. 소방물품 특유의 내구성과 방수력을 계승한 가방이 전시장 한편에 놓여 있다.
3부 ‘업사이클 패션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은 2017년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장식하고 있다. 한 번 쓰고 나면 버려지는 일회용 콘텍트렌즈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반지가 됐다. 눈동자를 본뜬 색, 꽃, 얼음, 버섯 등을 연상시키는 형태가 일반 액세서리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사회적 메시지 전하는 작품도 눈길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들도 눈에 띤다. 작품 ‘blueman’은 여성의 가운과 노동자의 상징인 청바지를 재배치한 체스터필드 코트다. 제작자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다. 작품 ‘노화火’는 산업현장에서 버려지는 폐기물로 만든 의상이다. 산업사회의 무분별한 개발과 피부 가꾸기에 연연하는 인간의 심리를 대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들 전시품 모두 폐재료가 소재인 작품이라고만 보기엔 요즘 말로 ‘고퀄(고퀄리티의 줄임말)’이다. 이것이 바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의 전시 목표다. 유주아 아트센터 주무관은 이번 전시가 단순히 보여주는 걸 넘어 실천으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개 재활용품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편견이 있잖아요. 품질이 뒤떨어질 것 같고, 안 예쁠 것 같다는 편견이요. 그런데 업사이클은 리사이클과 다르게 심미성을 크게 강조해 고가의 명품 디자인을 추구해요. 스위스 유명 업사이클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이 대표적이죠. 국내에서도 업사이클이 활성화되면 한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 들르게 된다면 전시장뿐 아니라 체험 공간도 빼놓지 말자. 방문객이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공간, 예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공간, 작가와 시민의 공동 작업실 등 다양한 체험공간이 조성돼 있다.
전시 정보
기간 6월 24일까지
장소 경기 광명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1층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 매주 월요일
요금 무료
문의 02-2680-6928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
참조 : http://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