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세계, 17일간의 뜨거운 겨울 축제

하나된 세계, 17일간의 뜨거운 겨울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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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동계올림픽이 열린 평창과 강릉은 축제 분위기였다. 대회를 앞두고 뚝 떨어진 영하의 기온과 교통편 불편, 그리고 숙소 부족까지. 평창동계올림픽은 많은 우려 속에 출발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평창과 강릉은 야간 경기 응원의 열기로 뜨거웠다. 특히 관중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전 세계 동계스포츠의 축제인 ‘올림픽의 밤’을 환호하며 즐겼다. 평창과 강릉의 밤을 뜨겁게 달군 숨은 이야기를 공개한다.

올림픽 경기장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각국의 치열한 응원 경쟁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찾은 각국의 응원단이 저마다 특색 있는 응원을 펼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설상 종목이 열린 평창 일대는 ‘미니 유럽’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파란 눈의 외국인 응원객으로 가득 찼다. 평창의 강추위와 칼바람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가장 큰 적으로 꼽힐 정도였지만,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에도 관중석엔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다.

2월 18일 밤, 남자 15km 매스스타트 경기가 열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는 외국인 관중으로 가득해 마치 여기가 한국인지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어림잡아 1000명 이상의 외국인 관중들로 응원석이 꽉 들어찼다. 특히 바이킹 헬멧을 쓰고 온 노르웨이인들과 켈트족 투구와 수염을 붙이고 온 프랑스 응원객은 주위 관중들로부터 연신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일부 설상 종목은 동계스포츠 강국 북유럽권에 대한 중계 배려로 밤늦은 시간에 경기가 열렸지만, 늦은 시간에도 관중석엔 뜨거운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물론 방한복으로 무장한 한국인 가족도 많았다. 인천에서 평창을 찾은 윤정훈 씨는 “주변의 재미있는 응원 열기에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면서 “평생 기억에 남을 만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국기를 흔들거나 유니폼을 맞춰 입는 건 아주 평범한 수준의 응원이었다. 응원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 역시 아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응원 도구였다. 그 외에 독특한 응원 도구가 많이 사용됐다. 특히 강릉 아이스하키 경기장에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응원 도구로 인기를 끈 부부젤라가 자주 등장해 주변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 2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는 한복을 입은 단체 관중이 취재진의 시선을 끌었다.

러시아 응원단

▶ 2월 13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예선 미국 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경기에서 러시아 응원단이 화려한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

러시아 미녀 응원단은 강릉에서 가장 주목받은 외국인 관중이었다.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 스캔들 탓에 개인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출신 선수(OAR)들을 응원하기 위해 러시아 스포츠지원재단이 공개 모집한 미녀 응원단은 자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나타나 목이 터지라고 자국 팀을 응원해 큰 화제를 모았다.

2월 21일 남녀 팀추월 경기가 열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이날 준결승 경기 뒤 깔끔한 체육복 차림의 남녀 20명이 링크장 가운데 마련된 미니 공연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대열을 정비하더니 곧바로 공중으로 몸을 날려 고난도의 공중회전을 하는가 하면 아찔한 높이의 인간 피라미드를 쌓았다. 놀라운 퍼포먼스에 관중들은 고난도 묘기가 나올 때마다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이들의 정체는 글로벌 치어리딩 서포터즈였다. 8개국(네덜란드·노르웨이·독일·러시아·미국·스위스·캐나다·한국)에서 모인 국가대표 치어리딩 선수들이 경기장 정빙 작업을 기다리는 관중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투입됐다. 이들은 평창올림픽경기장과 시상식, 라이브사이트 등 강원도 일대에서 치어리딩을 펼쳤고, 폐회식 식전행사에도 참여했다.

이뿐만 아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컬링 경기장과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 등에 매일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한국 고전무용팀을 비롯해 비보이, 네덜란드에서 온 음악대가 경기 전후로 등장해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관동·강릉 아이스하키 센터와 아이스아레나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미니 무대에 올라 흥을 돋웠다. 다이내믹 듀오, 울랄라 세션, 박미경 등이 경기장을 찾아 관중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자국 문화 알리는 ‘전진 기지’ 올림픽 내셔널하우스

내셔널하우스(국가 홍보관)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에서 자국 선수단을 보호하고 지원할 목적으로 만든 곳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도 개최국 한국을 비롯해 약 15개국이 평창과 강릉에 내셔널하우스를 열었다.

사실 내셔널하우스는 선수들과 선수단 관계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된 곳이다. 그런데 최근 올림픽에서는 그런 양상에 변화가 일어났다.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올림픽 현장을 찾은 국민들의 응원 공간, 그리고 자국 문화를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전진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평창의 오스트리아 하우스, 용평의 스위스 하우스 등이 대표적인 문화 전진 기지로 꼽힌다. 코리아 하우스 역시 올림픽 기간 중 ‘미니 대사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관광홍보존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 한류, 관광 등 인기 콘텐츠를 ICT를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 큰 호응을 얻어냈다.

체코 하우스를 찾은 체코인들

▶ 체코 하우스를 찾은 체코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세영

2월 17일 방문한 체코 하우스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이날 남자 아이스하키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체코가 우승후보 캐나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초조한 심정으로 체코 하우스에 모여 경기를 지켜본 체코 선수들과 체코인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이들은 이내 하나가 돼 ‘나즈드라비(건배)’를 외치며 어깨동무를 했다.

체코 하우스에서 만난 김희선 씨는 “올림픽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인 것 같다. 경기장 말고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정말 매력적”이라며 즐거워했다.

네덜란드 하우스는 12.5유로(약 1만 7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티켓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인기가 높았다. 이곳에서는 선수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네덜란드 인기 스포츠인 빙속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까지 찾아와 응원해주는 자국 국민들을 위해 자주 이곳을 찾았다. 실제 이번 대회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금메달리스트 키엘트 누이스와 은메달리스트 패트릭 로에스트 등이 이곳을 방문해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등 올림픽 축제를 즐겼다.
정세영│스포츠월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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