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16일(현지시간) 부채 한도 문제를 재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미국이 사상 초유의 국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협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시간에 쫓기게 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9∼21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한 순방 일정을 단축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 부채 한도 상향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 진행한 협상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디폴트를 피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전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고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채 한도는 미국 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최대치를 의회가 설정한 것으로 이를 초과해 국채를 발행하려면 의회가 한도를 늘려줘야 한다.
백악관은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을 포함해 78차례 한도를 상향해준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렇게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정부의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도 상향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가 조건 없이 부채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재정 개혁 방안은 별도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두가지 사안을 연계한 협상을 의회 측과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외신에 따르면 이번 협상의 주요 쟁점은 정부의 재정 지출 중 어떤 프로그램을 감축하느냐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부채 한도를 이미 채운 상태에서 내달 1일까지 부채 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공무원 월급과 사회보장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국채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미국이 경제적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옐런 재무장관은 미 정부가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하는 6600만 미국인, 수백만명의 참전용사와 군 가족에 돈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며 “수많은 미국인들의 일자리와 사업을 파괴하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폴트 상태가 장기화하면 미국인 8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고 주식시장 가치의 45%가 사라질 수 있다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전망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7일 일본으로 출국해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파푸아뉴기니와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들 두 국가를 방문하지 않고 오는 21일에 귀국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